서문
간판에 창업주의 이름을 거는 일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음식의 맛과 품질, 그리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스스로 보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열 곳의 식당은 창업주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약속을 지켜 온, 대한민국 대표 “이름 맛집”입니다. 각 식당마다 깃든 땀과 철학, 그리고 대표 메뉴에 담긴 이야기를 정중한 마음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미식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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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예시 자료 |
1. 진주냉면의 품격, 하연옥
1-1 | 식당 이야기
경남 진주 서부시장 골목에서 1945년 ‘부산식육식당’으로 출발한 뒤 3대를 이어 온 하연옥은 창업주 하거옹 선생의 장녀 하연옥 여사의 이름을 간판에 올렸습니다. 해물과 소·닭 육수를 정성껏 배합한 깊은 국물 맛 덕분에 ‘진주냉면의 교본’이라 불리며 전국의 냉면 애호가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1-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육전이 고명처럼 올라간 물냉면이 대표 메뉴입니다. 육수는 맑으면서도 해산물의 감칠맛이 살아 있어 뒷맛이 깔끔합니다. 겨울철에는 냉면 대신 선지국밥이나 한우 갈비로 몸을 녹여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점심시간 전, 오전 11시 이전에 방문하면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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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산 깡통시장의 전설, 이가네 떡볶이
2-1 | 식당 이야기
부산 국제시장 골목에서 수십 년째 한자리를 지키는 이가네 떡볶이는 “우리 집”이라는 뜻의 ‘이가네’ 간판처럼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소박한 분식집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지만, 좁은 가게 앞에서 서서 떡볶이를 먹는 정겨운 풍경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갓 뽑은 가래떡을 즉석에서 잘라 넣어 쫄깃함이 살아 있는 가래떡 떡볶이가 대표 메뉴입니다. 어묵과 튀김을 곁들여 먹으면 매콤달콤한 양념의 풍미가 한층 깊어집니다. 포장 손님 전용 줄이 따로 마련돼 있으니, 서둘러 받아 가실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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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 제빵 명장의 자존심, 김영모 과자점
3-1 | 식당 이야기
1982년 서울 서초동에서 문을 연 김영모 과자점은 제과 기능장 1호인 김영모 명장의 이름을 그대로 간판에 새긴 곳입니다. “빵도 문화”라는 철학 아래 화학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종을 고집해, 프랜차이즈 일색의 제빵 시장에서 동네빵집의 품격을 지켜 왔습니다.
3-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견과류 크림이 켜켜이 쌓인 몽블랑, 건포도로 풍미를 더한 천연효모 레즌 등 담백한 발효빵이 시그니처입니다. 본점 외에도 분당·강남 등 분점이 있어 멀리서도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빵이 가장 풍성하게 구워지는 오전 10~11시 사이가 ‘골든 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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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슐랭 2스타 한식, 권숙수
4-1 | 식당 이야기
권숙수는 오너 셰프 권우중 씨가 “익숙하지만 새로운 한식”을 목표로 2014년 문을 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식당 이름은 전통 조리사를 뜻하는 ‘숙수(熟手)’에서 착안했으며, 직접 담근 장·젓갈·식초를 바탕으로 한 깊은 발효 맛으로 미쉐린 2스타를 8년 연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4-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계절별 산지 식재료를 활용한 시그니처 코스가 백미입니다. 흑임자 소스를 얹은 한우 스테이크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좌석 수가 많지 않아 예약은 최소 한 달 전에 완료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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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뉴코리안’ 선구자, 정식당(Jungsik)
5-1 | 식당 이야기
오너 셰프 임정식의 성을 영문으로 옮긴 정식당은 2011년 서울 청담동에서 출발했습니다. 전통 재료를 현대적 감각과 기술로 재구성해 ‘뉴코리안’이라는 장르를 개척했고, 뉴욕 분점이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3스타에 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5-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푸아그라 비빔밥, 장진주 셔벗, 한식 재료를 활용한 디저트 등 창의적인 코스가 특징입니다. 한식 파인다이닝 입문자라도 모던 비빔밥 한 접시면 어렵지 않게 정식당의 철학을 맛볼 수 있습니다. 드레스 코드는 스마트 캐주얼 이상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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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돼지국밥의 새로운 미학, 옥동식
6-1 | 식당 이야기
호텔 주방장을 거친 옥동식 셰프가 2016년 서울 마포에 문을 연 돼지국밥 전문점입니다. 잡뼈를 쓰지 않고 버크셔K 살코기만 고아낸 맑고 담백한 국물로 ‘맑은 돼지곰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확립했습니다. 해외 팝업 행사로 한국 곰탕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6-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잡내 없는 돼지곰탕과 하얀 쌀밥, 채 썬 대파가 어우러져 후루룩 넘어가는 깔끔함이 일품입니다. 오후 3시 무렵 재료가 소진될 때가 많아, 점심 시간대 방문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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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프랑스 거장이 세운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7-1 | 식당 이야기
세계적 셰프 Pierre Gagnaire가 2008년 롯데호텔 35층에 직접 이름을 걸고 연 레스토랑입니다. 서울 도심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는 전망과 섬세한 서비스, 예술적 플레이팅이 조화를 이루며 국내 프렌치 파인다이닝의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7-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제철 한식을 프렌치 테크닉으로 풀어낸 테이스팅 코스가 대표적입니다. 코스가 끝난 뒤 제공되는 디저트 ‘그랑 데세르’는 작은 예술 작품과도 같아 많은 이들이 사진으로 추억을 남깁니다. 기념일용으로 예약 시 창가 좌석을 미리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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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경리단길 골목의 아이콘, 장진우식당
8-1 | 식당 이야기
8석 규모의 원 테이블에서 출발해 ‘장진우 거리’라는 별칭까지 낳은 장진우식당은 외식 크리에이터 장진우 대표의 실험 정신이 응축된 공간입니다. 합석 문화와 매일 바뀌는 메뉴 구성으로 골목상권 부흥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8-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트러플 파스타, 오징어 먹물 리소토 등 ‘오늘의 셰프 초이스’로 운영됩니다. 예약 시 코스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새로운 음식 경험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분께 특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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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부산 피자의 자존심, 이재모 피자
9-1 | 식당 이야기
남포동 2층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줄 서서 먹는 피자집’이라는 명성을 얻은 이재모 피자는 치즈 크러스트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곳입니다. 두툼한 도우와 듬뿍 올라가는 치즈, 친근한 서비스로 부산 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9-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늘어나는 치즈가 일품인 치즈 크러스트 피자가 대표 메뉴이며, 오븐에 바삭하게 구운 스파게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인근 부산근현대역사관이나 보수동 책방골목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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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매운맛의 클래식, 나정순 할매쭈꾸미
10-1 | 식당 이야기
서울 용두동 쭈꾸미 골목에서 40여 년간 한자리를 지켜 온 나정순 할매쭈꾸미는 할머니의 이름을 간판에 새겨 놓은 만큼, 변함없는 맛과 친근한 인사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깊어 매운맛 마니아들이 전국에서 모여듭니다.
10-2 | 대표 메뉴와 방문 팁
쭈꾸미 볶음을 계란찜에 곁들여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볶음밥을 마무리로 즐기는 ‘풀코스’가 정석입니다. 별관도 있지만 불향이 강한 원조 본관을 먼저 경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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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오늘 소개한 열 곳의 식당은 “이름값”이 무엇인지 묵묵히 증명해 온 공간들입니다. 창업주가 자신의 성과 이름을 걸고 내세운 음식이기에, 그 맛에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자연스레 배어 있습니다. 혹여 먼 길을 떠나더라도, 간판 뒤에 숨은 사람과 이야기를 함께 음미해 보시면 한 끼 식사가 삶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여러분의 미식 여행이 작은 행복과 오래 남는 추억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